[천자 칼럼] 막힌 국경 뚫는 '기업 특공대'

입력 2020-03-29 18:58   수정 2020-03-30 00:57

‘코로나 사태’로 완전히 막혔던 베트남의 하늘길이 잠시 열렸다. 지난 주말 하노이 공항에서 차로 약 3시간 거리에 있는 번돈 공항에 한국인 180여 명이 도착했다. 이들은 전세기를 타고 온 삼성디스플레이의 엔지니어로, 베트남 정부의 특별비자를 받고 입국해 별도 숙소에서 생활하며 곧 삼성 공장에 투입된다.

삼성은 지난 13일에도 1차 180여 명을 베트남에 급파했다. 모두가 한국에서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받고 현지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다. LG도 베트남 특별 입국 허가를 따냈다.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전자계열사 엔지니어 250여 명이 오늘(30일) 전세기편으로 베트남에 도착할 예정이다.

이들 기업은 주베트남 한국대사관과 외교부 등을 통해 “현지에 투입할 인력의 발이 묶이면 생산에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며 베트남 정부를 설득해 ‘예외 입국’ 허가를 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헝가리 정부와 협의해 인력 300여 명을 내달 급파한다. 현지에서는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이 ‘007 작전’을 방불케 한다”며 “이렇게 발 빠른 대응 덕분에 생산 중단 위기를 넘길 수 있게 돼 감사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기업 특공대’는 코로나19 발병지인 중국의 만리장성까지 넘었다. LG디스플레이 임직원 290여 명이 지난 26일 중국의 특별 입국 허가를 받아 광저우에 도착했다. 중국 정부가 28일부터 모든 외국인의 입국 금지를 선언한 뒤에도 우리 기업들은 ‘경제 무역 활동에 관한 예외 사례’를 활용한 우회로 찾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들도 해외 공장에 긴급 인력을 파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 KOTRA 등과 ‘삼각공조’를 통해 베트남 입국을 추진 중이다. 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1차로 내달 중순께 200여 명을 전세기로 파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들의 사투는 바이러스와 경제 위기라는 두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하므로 더욱 힘겹고 안쓰럽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도 사선을 넘어 활로를 뚫은 주역은 ‘기업 특공대’였다. 이들 덕분에 감염병 진정 이후 경제 회복이 빨랐다. 오늘도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는 산업전사들에게 신의 가호가 함께하길 기원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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